구조라 선착장에 도착한 건 아침 해가 막 떠오를 무렵이었다. 10월의 거제 바다는 아침 공기가 상쾌했고, 선착장은 벌써 여행객들로 북적였다. ‘해금강 선상 관광 + 외도 상륙’ 코스 티켓을 구매하면서 EJ는 멀미약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생활이 길어지면서 배 타는 일이 드물었던 탓인지, 그녀의 얼굴에 걱정이 어렸다.
해금강, 바다가 빚어낸 걸작
유람선이 출항하자 갑판은 사람들로 가득 찼다. 해금강이 오른쪽으로 모습을 드러내자 선장님이 친절하게 배를 천천히 운행하며 사진 찍을 시간을 주셨다. 해금강. 그 이름이 과장이 아니었다. 바다 위에 솟아오른 기암괴석들이 금강산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는데, 실제로 보니 자연이 만들어낸 조각품 같았다. 파도에 씻긴 바위들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위엄 있게 서 있었다.

집사람과 나는 한참을 그 풍경에 넋을 놓고 있었다. 미국 서부의 해안 절벽들도 장관이지만, 해금강의 아름다움은 또 다른 매력이었다. 동해의 푸른 물결과 어우러진 기암절벽은 한국의 바다가 가진 독특한 정취를 보여주었다. 누누이 느끼지만 아무리 카메라가 좋아도 이 아름다운 풍경을 온전히 담아내지 못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출렁이는 파도 위에서
해금강을 뒤로하고 외도로 향하는 동안 파도가 점점 거세졌다. 그날따라 바다가 넘실댔고, 솔직히 나도 조금 긴장됐다. 비행기 멀미는 있어도 배멀미는 없는 나였지만, 그날의 넘실대는 파도는 범상치 않았다.
옆 창가에 앉으신 여성분이 검은 비닐봉지에 머리를 묻은 채 힘들어하시기 시작했다. 멀미는 정말 고통스러운 것이다. 비행기에서 고생을 하는 나로서 동병상련을 느꼈다. 그런데 옆에 계신 남편으로 보이는 분은 창밖만 바라보며 모른 척 하고 계셨다. 집사람이 작은 목소리로 “어떻게 저렇게 무심할 수가 있어?”라고 속삭였다. 나는 그 모습이 코믹하기도 하고 낯설기도 했다.
외도, 꿈같은 정원 속으로
외도 선착장에 내리니 아까 그 여성분이 여전히 쪼그리고 앉아 계셨다. 마음이 좋지 않았지만, 우리도 제한된 시간 안에 외도를 둘러봐야 했기 때문에 발길을 제촉했다.

외도 보타니아는 입장하는 순간부터 다른 세상이었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정원이었다. 아열대 식물들과 야자수, 선인장들이 어우러져 마치 지중해 어딘가에 온 듯한 착각이 들었다. 미국 남부의 식물원들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좁은 섬이지만 구석구석 정성껏 가꾼 흔흔적이 역력했다.

계단을 오르며 만나는 풍경마다 감탄이 터져 나왔다. 청동상과 분수, 그리고 끝없이 펼쳐진 남해의 푸른 바다. 전망대에 올라서니 거제의 섬들이 점점이 떠 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집사람은 “여기 사진 찍으면 인스타그램에 다들 어디냐고 물어볼 것 같아”라며 연신 셔터를 눌렀다.

비너스 가든이라 불리는 곳에서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만개해 있었다. 10월이었지만 외도의 기후는 따뜻했고, 꽃들은 여전히 생기가 넘쳤다. 천국의 계단, 비너스 광장을 거쳐 조각 공원까지, 두 시간 남짓한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아쉬움을 남긴 귀로
돌아오는 유람선 안에서 승무원이 거제산 미역을 선전 판매하고 계셨다. 언뜻 보기에도 미역이 신선하고 품질이 좋아 보여 EJ가 관심을 보였다. “미국으로 가져갈 자리만 있다면 열 봉지는 사고 싶은데”라며 아쉬워했다. 여행 가방은 이미 가득 찼고, 미역 몇 봉지 넣을 공간이 없었다. 미국에 사는 한인들의 고질적인 고민이었다. 좋은 건 가져가고 싶은데 짐 무게 제한과 공간이 발목을 잡는다.
외도 여행 강추합니다
외도를 다녀온 지 일년이 지났지만, 그날의 기억은 여전히 선명했다. 미국에서 보는 정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한국적인 섬세함과 바다의 역동성이 공존하는 곳이었다.
한국 방문을 계획하신다면 부산이나 서울만 생각하지 말고 거제도 외도를 꼭 일정에 넣어보시길 권한다. 멀미가 걱정된다면 미리 약을 준비하시고, 날씨가 좋은 날을 택하는 게 좋겠다. 외도 체류 시간은 약 2시간 정도 주어지는데, 사진 찍고 둘러보기에 딱 적당했다.
특히 나이 드신 부모님 모시고 가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계단이 많긴 하지만 천천히 오르면 되고,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도 마련되어 있었다. 커피나 물 정도 구매할 수 있는 매점이 있는데 휴양지 바가지 가격이 아니고 편의점 가격이다. 미국에서는 보기 힘든 독특한 풍경에 부모님들도 좋아하실 것 같았다.
외도는 그저 예쁜 정원이 아니었다. 바다 위에 인간이 만들어낸 작은 기적이었고, 자연과 인공이 완벽하게 조화를 이룬 공간이었다. 미국 생활에 지쳐 고향의 아름다움이 그리울 때, 외도는 그 향수를 달래줄 완벽한 여행지였다. 외도 여행 강추한다. EJ도 많이 걸어서 다리가 뻐근하고 배멀미가 있을뻔 했는데도 밥맛이 꿀맛이라며 저녁식사로 선택한 멸치쌈밥을 뚝딱해치웠다. 나는 한 숫가락 먹고 비려서 따라 나온 밑반찬으로 저녁을 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