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반. 어젯밤 늦게까지 짐을 싸고 혹시 잊어버린 것은 없는지 확인하느라 몇시간 못잤지만 눈이 번쩍뜨였다. 오늘은 지난 일년동안 준비하고 기다려온 3주간 한국여행을 떠나는 날. 마치 국민학교 첫 봄 소풍날의 나를 보는듯 설레임을 감출 수 없다. 샤워를 마친후 장시간 비행에 적합한 옷을 입고 EJ(내삶의 동반자, 앞으로 EJ로 칭하기로 한다)를 바라보았다. 그녀 역시 편안한 복장에 가벼운 Shopper Bag을 메고 나를 보며 한껏 미소를 짓고 있다. 제법 쌀쌀해진 새벽공기를 마시며 현관을 나오니 Driveway에는 낯설은 Ford Escort SUV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회사 Discount를 받으면 Rental Car가 오히려 Airport Long Term Parking 보다 저렴해서 Rent를 하기로 한것이다. 인천공항행 비행기 이륙은 오후 1시 5분. 공항까지는 1시간 30분정도 걸리지만 혹시 모를 Traffic, Rental Return, TSA Safety Check등등을 감안할때 최소한 3시간 전에는 공항에 도착해야 한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공항으로 가는 길에 있는 휴게소에 들러서 간단히 McDonald’s breakfast를 먹고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아직 단풍이 들지않아 고속도로를 감싸고 있는 산과 나무들이 좀 우중충한 것을 보고 EJ에게 “3주후 돌아오는 길에는 단풍이 곱게 들어있을까?”라고 물었다. “한국 여행이 끝나고 그 얘기를 하는 날이 오겠지?”라며 EJ는 되물었다. 그녀도 설레임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쏜살같이 지나가 버릴것 같은 우리의 여행을 벌써 아쉬워 하고 있다. 쌀쌀한 가을새벽 아침공기에 볼이 발갛게 상기된 그녀가 순진하기 짝이 없다.
이른 아침이라 공항은 한산해 보였지만 Check-In하고 Luggage를 보내는 창구는 벌써 많은 사람들로 분주하다. 별 문제없이 TSA Check를 마치고 Boarding Pass에 기재되어있는 Gate를 찾아 자리를 잡고 앉았더니 오전 11시 30분이다. “거봐, 조금 서둘러서 이렇게 relax하는게 허둥대는 것보다 훨씬 낫잖아”라고 EJ에게 말했다. 그녀는 “우리도 다음에는 Business Class타고 가자. 비행기도 일찍타고 좋잖아”라고 대답했다. 엉뚱한 대답이다. 하지만 그녀가 옳았다. 우리는 가장 마지막에 타는 Economy Class Zone 3이다.
우리는 Economy Class 이지만 요금을 조금 더 지불하고 비행기 Exit 바로 뒤의 좌석 둘을 예약했다. 좌석 번호는 28B, 28C로 비행기 왼쪽 Exit와 근접해 있으며 비상시에 승무원을 도울 수 있어야 한다고 예약할때 확인했고 탑승해서도 재차 확인했다. 우리가 이런 좌석을 돈을 더 지불하면서 까지 예약한 이유는 한가지. 좁은 Economy 좌석에서 16시간 이상 비행을 해야 하는데 유일하게 다리를 쭉 펴고 앉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다행히 28A는 임자가 나타나지 않았는데 항공사에서 일부러 비워놓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좌석에는 생수 한병, 베개, 얇은 담요, 슬리퍼, 헤드폰이 놓여 있다. 일단 자리는 맘에 들었는데 Carry-on Luggage를 넣을 Overhead Bin이 따로 없어서 근처의 다른 좌석 Overhead Bin 남는 자리에 겨우 짐을 넣었다.
얼마후 모든 승객들이 자리에 앉고 안전벨트를 한 후 비행기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Runway에 자리를 잡고 관제탑의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정면에는 승무원 한분이 간이 좌석에서 EJ와 마주보며 앉아 있다. 그 위엔 TV 모니터가 있는데 기장(Pilot)의 시야에 보일 듯한 실시간 활주로가 펼쳐져 있다. 비행기는 굉음내고 강한 몸부림을 치며 앞으로 달려나가기 시작하고 내등은 등받이에 자석처럼 붙어 버린다. EJ가 내 왼손을 꼭 잡는다. 비행기가 항상 무섭다는 그녀의 손바닥이 벌써 땀으로 촉촉히 젖어 있다. 나는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안전하고 재미있는 여행이 되게 해달라고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