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번 부산의 정겨운 시장 풍경을 뒤로하고, 우리는 천년 고도의 도시 경주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부산의 활기찬 아침을 만끽한 후, 경주로 떠나기 전 해운대 미포에서 청사포를 거쳐 송정까지 이어지는 해변열차를 타기로 했다. 바닷가를 따라 비교적 천천히 달리는 해변열차는 한 번쯤 타볼 만한 특별한 경험을 선사했다.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해변의 절경을 EJ와 함께 만끽했다. 그날따라 관광객을이 많아 우리는 뒤쪽에 서서 여행을 해야 했다. 하지만 불편함은 느끼지 못했다. 처음 들어보는 송정해수욕장이라는 곳에서 잠시 내려 바다를 구경하며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어느 시골 어촌 같은 느낌이 물씬나는 해수욕장이었다. 해운대와는 다른, 조용하고 아담한 분위기의 송정해수욕장은 우리에게 예상치 못한 평온을 선물했다. 푸른 바다와 백사장이 끝없이 이어지는 해변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파도 소리만이 가득한 한적한 해변에서 EJ와 나란히 서서 바다를 바라보는 순간, 잠시 잊고 지냈던 삶의 여유를 되찾은 기분이었다. 다음에 아이들과 기회가 된다면, 여름에 같이 이곳으로 휴가를 오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우리 둘만의 소중한 시간을 보낸 후, 우리는 드디어 경주 불국사로 향했다.

불국사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것은 거대한 웅장함보다는 정교하고 섬세한 아름다움이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그 대신 오랜 세월의 흔적이 깃든 고즈넉한 분위기가 우리를 감쌌다. 불국사 곳곳을 걸으며 EJ는 신기한 듯 눈을 반짝였다. 한국의 전통 사찰이 주는 고유한 미학과 분위기에 흠뻑 빠진 듯 보였다.

특히 다보탑과 석가탑을 보며 EJ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국사 교과서에서만 보던 유물들을 실제로 보니, 왠지 모를 숙연함과 동시에 가슴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천 년이 넘는 세월 동안 자리를 지켜온 두 석탑의 섬세한 조각과 그 고고한 아름다움은 그야말로 경이로웠다.
웅장한 대웅전의 웅장함과 석가탑, 다보탑의 아름다움 외에도, 불국사에는 우리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여러 장소가 있었다. 아치형의 다리인 청운교와 백운교는 불국사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더했다. 연못에 비치는 불국사의 아름다움은 그림 같았고, 곳곳에 피어있는 꽃들은 고즈넉한 사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듯했다.
오전에는 부산의 활기찬 시장에서 따뜻한 추억을 되새기고, 오후에는 경주의 고즈넉한 불국사에서 천 년의 시간을 걷는 경험. EJ와 함께한 이틀간의 여행은 여러모로 잊지 못할 시간이었다.
오늘도 만보이상 걸었다고 갤럭시 워치가 신호를 준다. 조금은 노곤한 피로함이 오히려 만족스러웠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새로운 추억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우리는 불국사를 뒤로하고 숙소를 향해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다음은 2023년 여행의 마지막 일정으로 경주에서 부터 동해안을 따라 이동하면서 속초를 방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