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미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며 창밖을 바라보니 군데 군데 하얀 눈이 담요처럼 쌓여 있었다. 2025년 겨울 첫눈이 서울과 중부지역에 내렸다. 11월 16일 인천공항에 도착해 인사동 호텔에 짐을 풀고 EJ와 함께 네이버 맵을 열어 첫 저녁 식사 장소를 검색하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한데, 벌써 3주가 흘러버렸다. 일 년을 준비하고 기다렸던 한국 여행의 마지막 밤, 마음속에는 여러 감정이 뒤엉켜 있었다.
아쉬움이 가장 먼저 밀려왔다. 계획했던 모든 장소를 다 방문하지 못했고, 찍어둔 맛집 리스트의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에 안도감도 느껴졌다. 미국의 가족과 친구들, 그리고 내 침대가 그리웠다. 허탈함도 있었다. 이 여행이 끝나면 다시 얼마나 기다려야 한국 땅을 밟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리움, 이제 막 헤어져야 하는 한국에 대한 그리움이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하루도 쉬지 않았던 3주
우리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았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저녁 늦게까지 걷고, 사진 찍고, 이야기하고, 먹고, 감탄하고, 때로는 실망도 했다. 서울에서 시작해 부산 해운대, 거제, 통영, 목포를 거쳐 다시 부산으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울 인사동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한국여행 처음으로 부산에서 목포까지, 그리고 다시 부산까지는 렌터카를 빌려 남해안 도로를 직접 운전하며 여행했다.
남해안 드라이브는 예상보다 훨씬 인상적이었다. GPS가 안내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갑자기 눈앞에 펼쳐지는 바다 풍경에 숨이 멎을 뻔했다. 미국에서 운전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경험이었다. 좁은 골목길, 빠른 속도로 달리는 차들, 지나가면 또 등장하는 터널들, 그리고 어디서나 나타나는 과속 단속 카메라까지. 처음엔 긴장했지만 점차 익숙해졌다.
몸으로 배운 것들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네이버 맵 없이는 한국에서 하루도 살 수 없다는 것, 예약 없이 유명 맛집에 가는 것은 시간 낭비라는 것, 주말에 부산 해운대는 피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한국의 커피 문화가 미국보다 훨씬 발전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한국의 변화 속도였다. 2024년 여행 때와 비교해도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새로운 카페가 생기고, 오래된 식당이 문을 닫고, 동네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어 있었다. 이 빠른 변화가 한국의 매력이자 동시에 아쉬움이기도 했다. 내년에 다시 왔을 때는 또 얼마나 달라져 있을까.
아직 시작하지 못한 블로그
웃긴 것은 아직 2024년 한국 여행 블로그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벌써 2025년 여행이 끝나버렸다는 사실이다. 매년 “올해는 꼭 블로그를 제때 쓰겠다”고 다짐하지만, 일상으로 돌아가면 그 다짐은 어느새 희미해진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여행에서 경험한 것들, 특히 렌터카로 남해안을 여행하며 느꼈던 것들을 꼭 공유하고 싶다.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미국 거주 한인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정보가 많았다. 렌터카 대여 과정, 주차 팁, 톨게이트 사용법, 그리고 각 도시별 숙소와 맛집 정보까지. 2025년 한국 여행 블로그를 통해 이 모든 것을 정리해서 공유할 계획이다.
어제밤 잠을 설치느라 바라본 창밖에는 첫눈이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비행기가 정시에 출발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한편으로는 이 눈 내리는 풍경을 조금 더 오래 바라보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순간을 눈이 축복해주는 것 같았다.
다음 여행까지 또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그 기다림 속에서 이번 여행의 기억을 글로 정리하고, 다음 여행을 계획하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다. 그것이 우리 해외 한인들이 한국과 연결되는 방식이 아닐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