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여행2023 가을 3주간 한국여행 Part 6

2023 가을 3주간 한국여행 Part 6

비교적 이른 아침, 광안리 호텔을 체크아웃한 후 EJ와 나는 국제시장과 자갈치시장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이용해 남포동 근처까지 이동하는 동안, 아침 일찍이어서인지 전철 안은 한산했고 부산 사람들의 조용한 출근길 풍경을 구경할 수 있었다.

국제시장

국제시장에 도착하자마자 느낀 건 생각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상당히 한산하다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북적거렸을 시장 골목들이 오히려 여유롭게 느껴져서 EJ와 둘이서 천천히 구경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각종 건어물과 양념, 그리고 온갖 잡화들이 빼곡히 진열된 가게들 사이를 누비며 우리는 마치 보물찾기라도 하는 듯 재미있게 시장을 탐험했다.

신선한 해산물

자갈치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니 또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신선한 해산물들이 팔팔 살아 움직이는 수조들과 바닷내음이 진동하는 재래식 시장의 정취가 가득했다. 이른 아침 시간이어서 그런지 관광객들보다는 현지 상인들과 단골손님들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띄었다. EJ는 신기한 듯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한국의 전통 시장 감성에 빠져 있었고, 나 역시 오랜만에 접하는 재래시장의 소박하면서도 활기찬 분위기에 마음이 따뜻해졌다.

시장 구경을 마치고 차도로 나오는 길에 예상치 못한 작은 선물 같은 장면을 마주쳤다. 어느 가게 앞에 하얀 포메라니안 강아지 한 마리가 목줄도 없이 얌전하게 앉아 있는 것이었다. 마치 가게 문지기라도 되는 양 의젓한 자세로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너무나 귀여워서 EJ와 나는 한참 동안 그 강아지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몽실몽실한 하얀 털과 까만 눈망울이 마치 살아있는 인형 같았다.

포메라니안

그런데 자갈치시장을 걷다 보니 문득 가슴 한편이 뭉클해졌다. 돌아가신 어머니와 함께 어렸을 때 이곳에 와봤던 기억이 되살아났기 때문이다. 그때는 어린 마음에 시장의 복잡함과 비린내만 기억에 남았는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두 분과 함께했던 소중한 시간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국제시장 골목을 걷다가 장터국수 간판을 보는 순간, 어머니 생각이 더욱 간절해졌다. 어머니께서는 생전에 장터국수를 정말 좋아하셨다. 부산이 고향이셨던 어머니는 가끔 서울에서도 장터국수 맛을 찾아 이곳저곳을 다니시곤 했는데, 그때마다 “싱겁고 맛이 없다”라고 까탈을 부리시곤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머니와 함께 이곳 국제시장에 와서 따끈한 장터국수 한 그릇을 같이 나누지 못한 것이 너무나 한스럽다. 어머니의 고향인 이곳에서, 어머니가 그토록 좋아하셨던 그 맛을 함께 느껴보지 못한 채 세월이 흘러버린 것이 가슴 아프다.

EJ에게 어머니 이야기를 하니 그도 조용히 내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잠시 장터국수 가게 앞에 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수 그릇들을 바라보았다. 어머니께서 이 맛을 그리워하셨을 모습이 눈에 선했다. 코끝이 찡해지는 그리움과 함께, 지금은 EJ와 새로운 추억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에 시간의 흐름이 새삼 신기하기도 했다.

아침 일찍 나선 시장 나들이였지만, 한산한 덕분에 오히려 더 여유롭게 부산의 전통적인 모습들을 만끽할 수 있었다. 국제시장의 정겨운 상인들과 자갈치시장의 싱싱한 바다 내음, 그리고 귀여운 포메라니안까지.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에서 또 다른 소중한 사람과 새로운 기억을 쌓는다는 것이 얼마나 의미 있는 일인지 깨달았다.

오전 중에 경주 불국사를 향해 떠나야 하기 때문에 발걸음을 바삐 옮겨야 했다. 비릿한 생선 냄새가 한참 동안 내 코 주위를 맴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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