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주도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데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호텔, 식당, 놀거리 심지어 제주도 입도세까지 바가지 요금을 당연한 듯이 요구하니 국내 여행객들 조차 차라리 동남아시아를 선택하는 추세이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타국에서 낳설은 문화와 좀처럼 낮아지지 않는 언어장벽을 극복하며 삶의 터전을 일구다가 고국이 그리워 큰마음 먹고 한국 여행을 계획하는 이민자들에게는 많은 선택이 없다.
한글을 읽고 쓰고 말하고 GPS가 모르는 장소가 없고 운전도 몇십년 했지만 막상 한국 여행을 직접 계획하고 찾아 다니기란 참으로 엄두가 나지 않는 일이다. 그래서 가장 손쉬운 방법이 여행사를 통해 한국어 가이드 투어를 하는 것이다. 대부분 이런경우는 50여명 정원 버스로 단체가 이동하며 정해진 코스를 3박에서 10박 정도의 기간동안 다니는데 모두들 해외에서 한국을 방문하는 사람들이고 국제결혼하신 분들도 많이 계셔서 나름 재미도 있고 관광이 끝날때는 그동안 정이 들어 헤어지기 아쉽기까지 하다. 이런 관광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기회에 더 자세히 써보기로 하고 오늘은 제주도 관광후 씁쓰름했던 경험을 나누어 보려고 한다.
제주도 관광은 보통 2박 3일 일정으로 짜여져 있다. 일단 제주공항에서 투어를 같이 할 분들과 가이드를 만난다. 방문하는 명소는 계절에 따라 조금씩 다를수 있지만 대략 올레길, 무지개 해안도로, 오설록 차 박물관, 천지연 폭포, 월령리, 성읍민속마을, 성산일출봉이라고 기대하면 무리가 없다. 식사는 보통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으로 시작하고 점심과 저녁은 가이드가 인도하는 식당에서 먹는다. 숙소는 대략 롯데호텔 제주 혹은 그랜드 하얏트 제주로 상당히 만족스러운 편이다. 그런데 점심과 저녁에 지정된 식당 음식이 너무 성의가 없다고 불평하는 분들을 많이 접할수 있다. 첫째로 맛도 없고 둘째로 너무 분주해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지경이다. 친절하지도 않다.
음식이 좀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제주도의 아름다운 경치에 언짢았던 마음이 녹아 버릴 무렵 아주 못되먹은 상술이 그 모습을 드러냈다. 한 6년 전에 어머니를 모시고 제주도 관광을 할때였다. 한참 제주 해안가를 지나며 다음 명소를 기대하고 있었는데 버스가 어느 건물 주차장에 도착했다. 식사시간도 아니고 특별히 관광명소 같지도 않았지만 가이드가 인도하는 장소로 이동후 교실같은 분위기의 방에 모두들 자리를 잡고 앉았다. 잠시후 어느 제주도 토박이라고 소개하시는 아주머니께서 약을 팔기 시작했다. 제주 조랑말의 뼈를 갈아서 만든 약은 노약자들의 신경통과 관절염에 직통으로 효과가 있고 조랑말의 기름으로 만든 모이스처 크림은 중년 여성의 피부에 탄력을 불어 넣어주는 신기의 화장품이라고 하며 샘플을 나누어 주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어릴적 재래시장에 가면 꼭 보이던 약장수가 생각났고 기분이 무척 상했다. 약장수는 재미라도 있었지, 이건 내돈 내고 온 관광인데 왜 이런 얄팍한 상술에 아까운 시간을 뺐기고 있어야 하는지. 거의 강매에 가까운 분위기였고 아무것도 사지않으면 토박이 아주머니의 눈끝이 한없이 올라가는 것을 필터없이 볼 수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조금 후 또다른 장소에서 제주 인삼을 팔기 시작했다. 역시 관광과는 상관없는 얄팍한 상술이었고 나는 분노가 치밀어 오름을 겨우 겨우 누르며 참아야만 했다.
작년에 한국여행을 갔을때에는 일부러 제주관광을 하지않았다. 제주도 절경을 못보는 것이 아쉽기는 했지만 6년전 기억이 너무 생생해서 아예 옵션에 넣지도 않았다. 하지만 제주도 관광을 하시고 동해안 투어에 합류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당음식도 마찬가지로 Low Quality이고 물건은 바뀌었어도 그 못되먹은 상술은 여전하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내년에도 한국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만 제주도 관광은 하지 않을 생각이다.
6년전 조랑말 신경통약을 팔던 장소를 뒤로 하고 씩씩대며 빈손으로 나오는데 30분 전에 샘플을 받아드셨던 어머니가 한마디 하셨다. “애비야, 조랑말 뼛가루 때문인지 내 무릎이 훨씬 부드럽구나~”. You guessed it. 12만원을 주고 조랑말 뒷다리 뼈를 갈아서 만든 신경통약을 구매해야만 했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