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국민학교 저학년 시절, 전두환 정권의 계엄령을 경험했다. 당시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부모님의 긴장된 표정과 집안의 조심스러운 분위기, 그리고 학교에서조차 감도는 엄숙함은 지금도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 오늘, 멀리 미국에서 한국에 비상계엄이 선포되는 소식을 접하며, 그 시절이 얼마나 위험하고 위태로운 상황이었는지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비상계엄령을 통해서 정치적 무능력을 해결하려고 한 대통령과 정부를 생각하면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분노와 답답함이 치밀어 오른다.
진보든 보수든, 모국을 향한 작은 애정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이번 사건을 마주하며 침통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부디, 이 혼란의 시기를 살아가는 한국의 형제자매들을 위해 하루빨리 평온과 질서가 회복되길 간절히 바라며, 자유 민주주의가 결코 당연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가치임을 다시금 뼈저리게 깨닫는다.
Image by Gerd Altmann Pixab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