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 한국에서의 겨울이 생각납니다. 영하 10도를 훌쩍 넘는 매서운 추위가 찾아오면, 어머니는 새벽부터 마당의 수도꼭지를 살피셨습니다. 꽁꽁 얼어붙은 수도관 때문에 물 한 방울 쓸 수 없었던 날들이 얼마나 불편했는지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래서 어머니는 밤새 수도를 살짝 틀어 물이 찔끔찔끔 흐르게 해두셨죠. “물은 흐르면 얼지 않는다”는 그 옛 지혜가, 지금 이곳 미국에서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이번 주 미국 전역에 걸쳐 예상되는 폭설과 한파는 우리 한인 커뮤니티에게 큰 도전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을 운영하시는 분들과 가족을 돌보시는 분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은 이 겨울 폭풍을 슬기롭게 대비하고, 혹시 모를 재난 상황에서 인명과 재산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들을 함께 나눠보려 합니다.
폭설과 한파, 왜 이렇게 위험할까요?
겨울 폭풍은 단순히 눈이 많이 내리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수도관이 얼어 터지고, 전선에 쌓인 눈의 무게로 정전이 발생하며, 도로가 빙판으로 변해 교통사고 위험이 급증합니다. 특히 우리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는 동부와 중서부 지역은 이번 한파로 영하 20도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가족의 안전입니다. 준비된 자만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말처럼, 지금부터라도 철저히 대비한다면 큰 피해 없이 이 겨울을 넘길 수 있습니다.
수도관 동파 방지: 어머니의 지혜가 통하는 이유
제 어머니가 하셨던 그 방법, 수도를 살짝 틀어놓는 것은 지금도 가장 효과적인 동파 방지법 중 하나입니다. 왜 그럴까요? 물은 정지해 있을 때 가장 쉽게 얼지만, 계속 움직이면 얼기 어렵습니다. 마치 사람도 가만히 서 있으면 추위를 더 느끼지만 움직이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수도관을 지키는 실천 방법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밤에는 싱크대 아래 찬장 문을 열어두세요. 따뜻한 실내 공기가 수도관 주변으로 순환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특히 외벽 쪽에 있는 수도관은 더욱 취약하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수도꼭지를 연필 굵기 정도로 물이 계속 흐르게 해두는 것도 좋습니다. 물론 수도 요금이 조금 나오겠지만, 수도관이 터져서 수리비로 수천 달러를 쓰는 것보다는 훨씬 경제적입니다. 저희 어머니의 지혜가 바다 건너 이곳에서도 여전히 빛을 발하는 순간이죠.
외부 수도꼭지와 호스는 미리 분리해서 실내에 보관하고, 외부 수도관은 단열재나 타월로 감싸두세요. 한국에서 김장 김치를 담요로 덮어 보관하듯이, 수도관도 따뜻하게 “옷”을 입혀주는 것입니다.
지하실이나 크롤 스페이스(crawl space)의 수도관도 점검하세요. 이런 곳은 난방이 잘 되지 않아 특히 취약합니다. 단열재를 감싸거나, 필요하다면 파이프 히팅 케이블(heat cable)을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집안 난방 시스템 점검하기
히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만큼 무서운 것도 없습니다. 특히 한밤중에 난방이 끊기면 몇 시간 만에 집 안 온도가 급격히 떨어질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 확인해야 할 것들
난방 필터를 점검하고 필요하다면 교체하세요. 막힌 필터는 난방 효율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시스템 고장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일러나 퍼니스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미리 테스트해보고, 이상한 소리가 나거나 냄새가 난다면 전문가를 부르세요.
온도 조절기(thermostat)는 최소 68도 이상으로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기료를 아끼려고 너무 낮게 설정하면 오히려 수도관 동파로 더 큰 손실을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며칠 동안 집을 비워야 한다면, 55도 이하로는 절대 내리지 마세요.
굴뚝이 있는 집이라면 댐퍼(damper)가 제대로 닫혀 있는지 확인하세요. 열린 굴뚝은 따뜻한 공기가 빠져나가는 고속도로와 같습니다. 문풍지나 웨더 스트리핑(weather stripping)이 낡았다면 교체해서 틈새로 찬 바람이 들어오는 것을 막으세요.
천장 선풍기가 있다면 시계 방향으로 낮은 속도로 돌려보세요. 따뜻한 공기는 위로 올라가는데, 선풍기가 이를 아래로 순환시켜 난방 효율을 높여줍니다.
정전에 대비하는 현명한 준비
폭설은 종종 정전을 동반합니다. 전선에 쌓인 눈과 얼음의 무게, 강풍으로 인한 나무 가지 낙하 등이 주요 원인이죠. 정전은 난방뿐만 아니라 냉장고, 조리, 통신까지 모든 것을 마비시킬 수 있습니다.
정전 시 생존 키트 준비하기
손전등과 여분의 건전지는 필수입니다. 요즘은 충전식 랜턴도 좋지만, 건전지식 손전등을 여러 개 준비해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각 방마다 하나씩 배치해두면 밤에 정전이 되어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휴대폰 보조 배터리도 완충해두세요. 정전 상황에서 외부와의 연락은 생명줄과 같습니다. 특히 비즈니스를 하시는 분들은 고객들과의 소통이 중요하니, 여러 개의 보조 배터리를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캠핑용 스토브나 휴대용 부탄가스레인지가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정전 시에도 따뜻한 식사를 할 수 있고, 물을 끓여 난방수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내에서 사용할 때는 환기에 각별히 신경 써야 합니다. 일산화탄소 중독은 눈에 보이지 않는 살인자입니다.
배터리로 작동하는 라디오도 준비하세요. 인터넷과 TV가 끊겼을 때 재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NOAA 날씨 라디오를 하나 구비해두면 긴급 상황 알림을 자동으로 받을 수 있습니다.
차량 관리와 안전 운전
폭설 시 차는 때로는 피난처가 되기도 하지만,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의 원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겨울철 차량 필수 점검 사항
배터리는 추운 날씨에 가장 취약합니다. 3년 이상 된 배터리라면 미리 교체를 고려하세요. 아침에 시동이 안 걸려 출근을 못하는 상황은 정말 막막합니다. 오토존(AutoZone)이나 어드밴스 오토 파츠(Advance Auto Parts) 같은 곳에서 무료로 배터리 테스트를 해주니 미리 점검받으세요.
윈터 타이어나 사계절 타이어의 트레드 깊이를 확인하세요. 동전을 넣어서 링컨의 머리가 보이면 교체할 시기입니다. 타이어는 눈길과 빙판에서 우리 생명을 지켜주는 유일한 접점이니까요.
부동액(antifreeze)도 점검하세요. 엔진이 얼면 차가 완전히 망가질 수 있습니다. 워셔액도 겨울용으로 교체하고, 와이퍼 블레이드도 상태를 확인하세요. 눈이 내릴 때 시야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는 말할 필요도 없겠죠.
기름은 항상 반 이상 채워두세요. 연료가 떨어진 상태에서 눈길에 갇히면 난방도 할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습니다. 겨울철에는 주유소 가는 것도 위험할 수 있으니 미리미리 채워두는 습관을 들이세요.
차 안에 비상 키트 갖추기
담요나 침낭, 따뜻한 옷, 장갑, 모자를 차에 보관하세요. 눈길에 차가 빠지거나 고장 나서 구조를 기다려야 할 때 체온 유지가 생사를 가릅니다. 핫팩 몇 개도 넣어두면 큰 도움이 됩니다.
삽, 모래나 고양이 모래, 견인 로프도 준비하세요. 눈에 바퀴가 빠졌을 때 모래를 뿌리면 마찰력을 높여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점퍼 케이블, 손전등, 비상 식량(에너지바, 건과일)과 물도 필수입니다.
스크래퍼와 브러시는 눈과 얼음을 제거하는 데 꼭 필요합니다. 유리창에 얼음이 두껍게 얼었을 때 뜨거운 물을 부으면 유리가 깨질 수 있으니 절대 그러지 마세요. 디아이서(de-icer) 스프레이를 준비해두면 편리합니다.
응급 상황을 알릴 수 있는 삼각대나 밝은 색 천, 호루라기도 좋습니다. 휴대폰 차량 충전기도 반드시 차에 두세요.
제설 작업, 중년 남성이라면 특히 조심하세요
미국에서는 눈이 오면 집주인이 직접 드라이브웨이와 인도를 치워야 합니다. 문제는 40~50대 남성들이 “이 정도는 괜찮다”며 무리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매년 겨울, 제설 작업 중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중년 남성들의 사고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눈 치우기는 생각보다 매우 격렬한 운동입니다. 젖은 눈 한 삽은 7~10kg에 달하고, 추운 날씨는 혈압과 심장 부담을 더 키웁니다. 특히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분들에게 위험이 큽니다.
고혈압·당뇨·고지혈증이나 심장 질환 병력이 있다면 직접 제설은 피하세요. 작업 전에는 반드시 스트레칭을 하고, 천천히 하며 자주 쉬는 것이 중요합니다.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사용해 들어 올리고, 한 번에 많은 눈을 뜨지 마세요.
가슴 통증, 숨 가쁨, 어지럼증, 식은땀이 나타나면 즉시 중단하고 911에 연락해야 합니다. 체면보다 생명이 우선입니다.
필요하다면 전문 제설 서비스를 이용하세요. 비용보다 건강이 훨씬 더 소중합니다.
눈은 다시 치울 수 있지만, 건강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이번 겨울,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신의 안전과 건강입니다.
겨울 폭풍 후 점검 사항
폭풍이 지나가고 날씨가 풀렸다고 해서 끝이 아닙니다. 사후 점검도 철저히 해야 합니다.
집 외부를 돌면서 지붕, 배수구, 외벽에 손상이 없는지 확인하세요. 고드름이 처마에 매달려 있다면 제거해야 합니다. 떨어지면 사람이 다칠 수 있고, 그 무게로 처마가 손상될 수도 있습니다.
마당의 나무 가지가 부러진 것은 없는지, 전선에 가까이 있는 가지는 없는지 살펴보세요. 위험한 것은 전문가에게 맡기세요.
수도관에서 물이 새는 곳은 없는지, 벽에 물 자국이나 곰팡이 흔적은 없는지 확인하세요. 작은 누수도 방치하면 큰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마치며
겨울 폭풍은 두렵지만, 제대로 준비하면 충분히 이겨낼 수 있습니다. 마치 우리 부모님 세대가 보릿고개를 슬기롭게 넘긴 것처럼, 우리도 이 겨울을 지혜롭게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전입니다. 재산은 다시 모을 수 있지만 생명은 돌이킬 수 없습니다. 무리하지 말고, 필요하면 도움을 요청하고, 이웃과 함께 어려움을 나누세요.
그리고 이 모든 준비가 쓸모없기를 바랍니다. 폭풍이 예상보다 약하게 지나가고, 우리가 준비한 물품들이 그냥 창고에 남아있기를 말이죠. 하지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 가족과 비즈니스를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여러분 모두 이번 겨울, 안전하고 따뜻하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우리 한얼닷컴 커뮤니티는 항상 여러분과 함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