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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육 $30 Billion 실험 실패

제 두 아이가 중학교 다닐 때 일이 생각납니다. 학교에서 노트북을 나눠줬다고 신이 나서 집에 들어오던 날, 저도 솔직히 “이제 정말 미래 교육이 시작되는구나” 싶어서 기분이 좋았어요. 책가방이 가벼워지고, 모르는 건 바로 검색하고, 선생님이 내준 자료도 클릭 한 번이면 열리는 세상. 한국에서 무거운 교과서를 짊어지고 학교 다녔던 저로서는 솔직히 부러운 환경이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미국 상원 청문회에서 발표된 내용을 읽고 나서, 그날의 설렘이 조금 다른 감정으로 바뀌었습니다.

미국이 교과서를 없애는 데 쓴 돈: 300억 달러

2002년, 메인 주지사 앵거스 킹은 역사적인 결정을 내립니다. 주 전체 중학교 7학년생들에게 애플 노트북 1만 7천 대를 나눠준 것이죠. “아이들 손끝에 인터넷을 쥐여주면 지식의 바다에서 헤엄칠 것”이라는 비전이었습니다. 이 실험은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2024년 기준으로 미국은 한 해에만 학교 디지털 기기 보급에 300억 달러 이상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신경과학자 재러드 쿠니 호바스는 상원 청문회 서면 증언에서 냉정하게 말했습니다. “Z세대는 현대 역사에서 처음으로 이전 세대보다 표준화 시험 점수가 낮아진 세대입니다.” 더 많은 기술, 더 많은 화면, 더 많은 정보 접근성이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인지 능력 자체가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15년간 노트북 프로그램을 운영했던 메인 주는 어땠냐고요? 2017년 기준, 공립학교 시험 점수는 15년 전과 비교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당시 주지사 폴 르페이지는 그 프로그램을 “대실패“라고 불렀습니다.

학습외의 유혹

여기서 흥미로운 지점이 있습니다. 호바스는 기술 자체가 나쁘다고 말하는 게 아니에요. 문제는 “무차별적인 디지털 확장”이 어떻게 이루어졌느냐는 겁니다.

3,000명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학생들이 수업 중 컴퓨터로 과제 외 활동을 하는 시간이 전체 시간의 무려 3분의 2에 달했다고 합니다. 유튜브, SNS, 게임… 노트북이 학습 도구가 아니라 주의를 빼앗는 창구가 된 것이죠.

샌디에이고 주립대 심리학 교수 진 트웬지의 말이 특히 마음에 걸렸습니다. “많은 앱들은 처음부터 중독성 있게 설계되어 있어요.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사용자가 최대한 오래, 자주 들어오게 만드는 것이니까요.”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숏츠… 이것들이 교실 한가운데로 들어온 셈입니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진짜 학습은 원래 불편하고 힘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어려운 수학 문제를 끙끙대며 풀고, 이해 안 되는 문단을 몇 번이고 다시 읽는 그 “마찰”이 실은 깊은 배움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화면은 그 마찰을 없애버리거나, 아예 다른 곳으로 주의를 돌려버립니다.

한인 부모로서 솔직한 고민

저는 보험 업계에서 오래 일하면서 리스크를 분석하는 눈이 생겼어요. 그런데 이 문제는 숫자로 보면 볼수록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한국에서 자란 우리 1세대 이민자들은 공부에 대한 믿음이 유별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공부는 해야 한다, 배움이 곧 기회다, 라는 가치관이 DNA에 새겨져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미국에 와서도 아이들 교육에 그 어떤 투자도 아끼지 않았죠. 과외, 학원, 좋은 학군…

근데 정작 아이들이 학교에서 하루 서너 시간씩 화면 앞에 앉아 있다는 사실은 좀 다른 문제 아닌가요? 우리가 새벽에 일어나 일하며 마련한 기회를 아이들이 제대로 누리고 있는지, 한 번쯤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아이들도 대학에서 AI 도구를 쓰고, 유튜브로 공부합니다. 기술을 아예 막을 수도 없고 막아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기술이 생각하는 능력 자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는 것, 이건 분명히 선을 그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해요.

대책과 책임

호바스는 이 상황을 아이들의 개인적 실패가 아닌 정책의 실패라고 명확히 말합니다. 그리고 그 말이 저한테는 위안이면서 동시에 경고로 들렸습니다.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방향들이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17개 주가 수업 중 휴대폰 사용을 금지했고, 35개 주가 관련 법을 통과시켰습니다. 학교만 기다릴 게 아니라 가정에서도 화면 없이 책을 읽는 시간, 연필로 문제를 푸는 시간을 의도적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해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공부가 힘든 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야. 원래 배움은 힘든 거야. 그 힘든 과정을 버티는 게 진짜 공부란다.”

우리 세대는 그렇게 배웠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우리 아이들의 교육 환경에서 기술 사용에 대해 어떤 고민을 하고 계신지 댓글로 나눠주세요. 한얼닷컴 커뮤니티에서 함께 이야기해 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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