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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 지오그래픽 2026 여행지로 한국 선정

고국을 처음 ‘여행지’로 바라보다

기사를 읽다가 손이 멈췄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2026년 가장 가볼 만한 여행지 중 하나로 한국을 선정했다는 한 줄이 이상하게 마음에 걸렸다. 여행지라는 단어가 한국 앞에 붙는 순간, 내가 여행자라는 사실이 갑자기 낯설어졌다.

나는 한국을 여행한 적이 없다. 블로그를 쓸때에는 여행이라는 표현을 내용을 독자와의 소통을 위해서 썼지만 나는 단순히 돌아간 것이었다. 어머니 손을 잡고 걷던 골목, 오래된 분식집 국물 냄새, 새벽 다섯 시 시장의 소란, 모든 것이 기억을 더듬고 과거와 현재를 비교하며 그 땅을 온전히 느끼는 것 이었지 여행이 아니었다. 그런데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사진 속 경주는, 내가 알던 그 나라가 맞는데, 처음 보는 것처럼 아름다웠다.

세계가 우리 고국을 발견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묘하게 자랑스럽고, 또 묘하게 쓸쓸하다.

경주는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그 도시는 말이 없다. 천년을 서 있던 능들이 그냥 거기 있다. 설명도 없이, 기대도 없이. 어느 이른 아침 대릉원 능선 사이를 걷다 보면, 풀이 발걸음 소리를 삼킨다. 바람만 이따금 등을 두드린다.

내가 미국으로 이민 오기전 마지막으로 경주에 갔던 것은 대학 시절이었다. 수학여행이 아닌, 그냥 친구들과 기차를 타고 간 여행이었는데, 우리는 능 앞에서 사진만 찍고 삼겹살집을 찾으러 갔었다. 젊음이란 눈앞의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시간이다. 이제 나는 그 능이 그 시간 동안 거기서 기다리고 있었다는 걸 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에디터는 경주를 “살아있는 박물관”이라고 표현했다. 맞으면서도 틀린 말이다. 박물관은 유리 뒤에 있다. 경주는 유리 없이 그냥 거기 있다. 능도, 돌담도, 황리단길을 느릿느릿 걷는 낯선 여행자도. 그 무심함이 오히려 마음을 건드린다.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잘 보존된 것’에 대한 감각이 달라진다. 여기서는 오래된 것이 전시된다. 경주에서는 오래된 것이 그냥 살아간다. 그 차이가 크다.

부산은 아직 살아있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부산을 고른 이유를 나는 안다. 그 도시는 보여주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서울처럼 세련되지 않고, 제주처럼 고요하지 않다. 부산은 그냥 살아있다. 새벽 시장이 소란스럽고, 자갈치 바닥이 퇴근길의 사람들을 삼킨다.

감천문화마을 언덕은 가파르게 손짓한다. 올라가다 보면 숨이 차는데, 그게 언덕 때문인지 전망 때문인지 알 수 없다. 색깔 있는 집들 사이로 고양이 한 마리가 무심히 지나갔다. 카메라를 든 여행자들이 그 고양이를 쫓아가는 동안, 골목은 잠시 혼자 숨을 쉬었다.

해운대 바다는 거창하게 말을 걸지 않는다. 그냥 거기 있다. 저 멀리서 컨테이너선이 수평선을 가로지르고, 파도는 모래를 핥고 다시 물러난다. 이민자의 삶과 어딘가 닮았다. 오래된 것과 새것이 뒤섞인 채, 오늘을 살아내는 것.

미국에서 오래 살다 보면 가끔 그리워지는 것은 화려한 것이 아니다. 포장마차 국물이고, 늦은 밤 편의점 불빛이고, 아무 이유 없이 옆집에서 들려오는 라디오 소리다. 부산은 그런 것들이 아직 살아있는 도시다. 특히 나에게는 외갓집의 추억이 남아있는 정감어린 도시이다.

고국을 ‘여행자’로 걷는다는 것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한국을 선정한 해에, 한국 화장품 수출은 처음으로 프랑스를 제쳤다. K-드라마, K-팝, K-푸드에 이어 이제 K-여행지다. 세계가 우리가 평생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발견하고 있다.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 동시에 이 묘한 생각이 든다. 그동안 나는 내 고국을 얼마나 제대로 보았나. 매번 할머니 댁 방문으로, 친척 얼굴 보기로, 먹을 것 사오기로 채워진 귀국. 그 사이에서 경주의 능이 손짓하고, 부산의 골목이 말을 걸었지만, 나는 언제나 바빴다.

올여름, 한국행 비행기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번엔 여행자의 눈으로 가보는 것은 어떨까. 기억 속 고향이 아닌, 처음 보는 것처럼. 경주에서는 능 앞에 오래 서 있어 보는 것. 부산에서는 감천 언덕을 발이 이끄는 대로 걸어 보는 것. 서울 어딘가에서는 지도에도 없는 골목으로 들어가 보는 것.

그 도시들은 오래 거기 서서, 우리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여행자로든, 귀성객으로든.

어느 도시를, 어떤 방식으로 다시 만났나요? 올여름 한국 여행 이야기를 hanurl.com에서 나눠 주세요. 경주의 아침, 부산의 저녁, 혹은 기억 속에만 있는 골목 한 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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