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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라에 오래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믿음이 생긴다. 서류가 있으면 괜찮다는 믿음. 세금 내고, 사업 잘 하고, 아이들 학교 잘 보내면 아무도 건드리지 않는다는 믿음. 그 믿음은 사실 근거 없는 것이 아니었다. 수십 년 동안 그게 대략 맞는 말이었으니까. 2026년, 그 믿음에 균열이 생겼다. ICE Arrests.
ICE 한인 이민자 체포 2026 관련 통계가 공개되었다. Stop AAPI Hate이 발표한 수치에 따르면, 2026년 AAPI 커뮤니티 내 ICE 단속 건수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약 4배 수준이다. 그리고 한국은 그 단속이 집중된 상위 5개국 중 하나가 되었다.
숫자를 처음 봤을 때, 나는 한참 화면을 들여다봤다.
한인이 그 목록에 있다는 것이 낯설었다. 멕시코,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같은 나라 이름이 거기 있을 거라는 막연한 예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한인이라는 단어는 그 목록 어딘가에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아니, 없어야 한다고 어딘가에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낯설다는 감각이 정확히 무엇인지 한참 생각해봤다. 놀라움은 아니었다. 뉴스는 몇 달 전부터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그보다는 오래 미뤄둔 생각이 드디어 자기 차례가 왔다는 식으로 올라온 느낌이었다.
2026 ICE Arrests 한인 이민자, 누가 잡혔나
체포된 이들 중 상당수는 형사 기록이 없었다. 비자 체류 초과. 서류상의 작은 결함. 행정적 위반. 감옥을 다녀온 사람도,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아니었다. 그저 서류가 완벽하지 않았던 사람들이었다.
2026년 ICE는 AI 보조 타겟팅 시스템을 대폭 확대했다. 단속 대상 선별에 인공지능이 개입하는 비율이 2024년 대비 약 1,000% 늘었다는 보고가 있다. 그 알고리즘이 어떤 기준으로 누구를 찍는지, 공개된 내용은 거의 없다.
시스템은 조용히, 광범위하게 작동하고 있다.
알고리즘이 무엇을 근거로 누구를 지목했는지, 지목된 사람은 알 수 없다. 이의를 제기할 창구도 명확하지 않다. 기계가 내린 판단에 사람이 답해야 하는 구조다. 그 비대칭이 오래 마음에 걸렸다.
알고리즘은 사람을 보지 않는다. 기록을 본다. 오래전 주소 변경 신고가 누락된 적이 있는지, 학생 비자와 취업 비자 사이에 몇 달의 공백이 있었는지, 그런 것들을 본다. 그 기록 안에서 한 사람의 이십 년이 몇 줄의 데이터로 줄어든다. 서류 한 장이 사람보다 먼저 말을 한다.
이민 서류라는 건 원래 그렇게 완벽하게 유지되는 물건이 아니다. 변호사를 쓰지 않고 직접 처리한 사람도 많고, 몇 년씩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상태가 애매해진 사람도 많다. 그 애매함은 오랫동안 아무 문제가 아니었다. 이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에서 온 사람들은 오랫동안 이 문제를 자기 일로 여기지 않았다. 중남미 이민자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무서운 이야기지만 나와는 거리가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2026년의 데이터는 그 거리가 착각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지역 한인 신문에도 비슷한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단속 소식이 사회면 구석이 아니라 1면으로 올라왔다. 신문이 기사의 위치를 바꿀 때는 이유가 있다.
‘괜찮다’는 믿음이 어디서 왔는가
한인 이민자 커뮤니티에는 특유의 자기 서사가 있다. 열심히 일하고, 법을 지키고, 아이들 교육에 투자하면 이 사회에서 자리를 얻을 수 있다는 서사. 그 서사는 틀리지 않았다. 수많은 한인 가정이 그 방식으로 이 땅에서 뿌리를 내렸다.
그런데 그 서사는 은연중에 또 다른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나는 다른 이민자들과 다르다’는 메시지. ‘나는 그런 문제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메시지.
그 서사는 세대를 건너 전달됐다. 부모가 말로 가르친 것이 아니라 사는 방식으로 보여준 것이었다. 가게 문을 남보다 일찍 열고 늦게 닫는 것. 세금 신고를 미루지 않는 것. 경찰차가 지나가면 괜히 한 번 더 조심하는 것. 그런 습관들이 쌓여서 하나의 믿음이 되었다.
그 믿음이 완전히 틀린 건 아니었다. 하지만 보호막이 되어줄 거라는 기대는, 2026년 통계 앞에서 온전하지 않다.
그래서 불편한 것은 통계 자체가 아니다. 그 뒤에 따라오는 질문이다. 열심히 산 것이 보호가 되지 않는다면, 그 성실함은 무엇이었나.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
알고 있어야 할 것들
ICE 단속이 늘어난 2026년에 들어서면서, 한인 커뮤니티 각지에서 Know Your Rights 워크숍이 열리고 있다. 체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무엇을 말하고 무엇을 말하지 않아야 하는지, 어디에 연락해야 하는지. 정보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무것도 가지고 있지 않은 것과 다르다.
워크숍에 다녀온 사람의 말이 기억에 남았다. 배운 내용 중에 가장 쓸모 있었던 것은 법 조항이 아니라,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을 때 문을 열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 하나였다고 했다. 영장 없이는 집 안으로 들어올 수 없다는 것. 그것을 몰랐던 사람이 그 자리에 많았다고 했다.
커뮤니티 단위의 신속 대응 네트워크도 생기고 있다. 누군가 체포되었을 때 연락할 수 있는 사람, 연락할 수 있는 곳. 개인이 혼자 감당하던 문제를 조금씩 조직적으로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이다.
준비라는 것도 거창한 일이 아니다. 이민 변호사 연락처를 냉장고 문에 붙여두는 것. 아이 학교의 비상 연락처에 누구 이름이 적혀 있는지 한 번 확인해보는 것. 영주권이나 비자 서류의 사본을 가족 중 다른 한 사람이 따로 가지고 있는 것. 그 정도다. 평소에는 아무 쓸모 없는 준비다. 쓸 일이 없으면 그게 가장 좋다.
1월에 아시아계 미국인 및 태평양도서 주민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에서는 응답자의 절반이 반이민 정책에 영향을 받았다고 답했다. 단속을 직접 경험한 것이 아니더라도, 지인 중 누군가가 영향을 받았거나, 두려움이 일상에 들어와 있다는 응답이었다. 그 두려움은 이미 공동체 안에 있다.
그 설문에서 숫자보다 눈에 들어온 것은 응답의 종류였다. 직접 단속을 겪은 사람보다, 겪은 사람을 아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두려움은 그런 방식으로 퍼진다. 한 사람에게 일어난 일이 열 집의 저녁 식탁에 올라온다.
서류가 있는 사람도
서류가 있는 사람도 잡혔다. 이 문장을 쓰면서 잠시 멈췄다.
서류가 있어도 체포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잘못된 정보로 인한 단속, 법원 앞 체포, 서류 처리 과정의 착오. 모든 경우가 불법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하지만 ‘서류가 있으면 안전하다’는 공식이 2026년에는 100%의 보호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도 사실이다.
이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어디까지 해야 하는지가 제일 어렵다. 큰애는 고등학생이고 작은애는 중학생이다. 둘 다 여기서 태어났고, 둘 다 이런 걱정을 해본 적이 없다. 그 무심함이 좋은 것이라고 오래 생각해왔다. 요즘은 그 생각이 조금 흔들린다.
법원 앞에서 체포된 사례가 보고된 이유는 단순하다. 서류 문제를 바로잡으러 간 사람이 그 자리에서 잡혔기 때문이다. 절차를 지키러 간 사람이 절차 앞에서 잡힌다. 그 구조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서류가 있어도 안전하지 않은 이유를 한 문장으로 줄이면 이렇다. 판단의 기준이 사람에게서 시스템으로 넘어갔다는 것. 시스템은 사정을 듣지 않는다.
이것은 공포를 퍼뜨리려는 말이 아니다. 현실을 보자는 말이다.
자주 묻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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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 체류 초과만으로도 ICE에 체포될 수 있나요?
가능하다. 2026년 단속에서는 형사 기록이 없는 행정 위반, 특히 비자 체류 초과가 상당수 체포의 이유였다. 과거에는 형사 전과가 있는 경우를 우선 단속하는 경향이 강했지만, 지금은 행정 위반도 단속 대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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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ICE 단속 상위 5개국이라는 것이 사실인가요?
Stop AAPI Hate의 2026년 보고에 따르면 그렇다. AAPI 커뮤니티 내 단속이 집중된 상위 국가 중에 한국이 포함되어 있다. 전체 단속 건수는 바이든 행정부 시기 대비 약 4배 수준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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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ow Your Rights 워크숍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지역 한인회나 한인 커뮤니티 단체, 이민자 지원 단체에 문의하면 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KYCC(Korean Youth and Community Center), Korean Resource Center, 지역 법률 지원 센터를 통해서도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대부분 무료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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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가 있는 사람도 체포될 수 있나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서류 처리 과정의 착오, 잘못된 정보에 의한 단속 등이 원인으로 지목된 경우가 있었다. 서류가 있다고 해서 완전한 안전이 보장되는 상황은 아니므로, 체포 상황에서의 권리를 미리 알아두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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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중 한 명이 체포됐을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요?
이민 전문 변호사에게 즉시 연락하는 것이 첫 번째다. 체포된 사람에게는 묵비권이 있고, ICE 요원이 서명을 요구하는 서류에 변호사 없이 서명하지 않아야 한다. 지역 커뮤니티 단체의 긴급 연락처를 미리 저장해두는 것이 도움이 된다.
마무리
작년 이맘때는 이런 글을 쓸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행 이야기를 썼고, 식당 이야기를 썼다. 올해는 이 이야기를 쓰게 됐다. 쓰고 싶어서 쓴 글은 아니다.
이민자의 삶은 항상 불확실성을 포함하고 있었다. 그걸 모르고 온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 불확실성이 어느 선까지인지에 대한 감각이, 한인 이민자 체포 통계가 나온 2026년 들어 조금 달라졌다.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확인하는 것. 가족 안에서 만약의 상황을 이야기해두는 것. 지역 커뮤니티 단체의 연락처를 알아두는 것. 그것이 지금 이 시점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한국에서 미국으로 건너온 사람들이 이 땅에서 살아온 방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조용히, 묵묵히, 앞을 향해 걷는 것이었다. 그 방식이 틀린 것은 아니다. 다만 걷는 길 위에 무엇이 있는지 눈을 열고 보면서 걷는 것이, 지금은 조금 더 필요하다.
여기서 태어난 아이들은 이 나라를 의심 없이 자기 나라로 여긴다. 그게 우리가 원했던 결과다. 다만 그 의심 없음이 아이들을 지켜주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함께 알아야 한다. 그 두 가지를 동시에 말하는 방법을, 아직 배우는 중이다.
이 땅에 뿌리를 내리는 일이, 오늘도 계속된다. 다만 올해는 한 가지가 더 늘었다. 그 일을 하면서, 알아둬야 할 것을 알아두는 것.
혹시 당신의 집에서는 이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꺼내본 적이 있을까. 나는 아직 못 했다. 이번 주말에는 해볼 생각이다.
Keeping the Spirit of Korea Alive in the U.S.


